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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갱신제` 시작도 안했는데…미리 값 올린 8년 장기전세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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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봉 기자 작성일2019-09-2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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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 법제화를 발표한 이후 주변 시세의 최대 1.5배에 달하는 장기전세(계약기간 4년 이상) 매물들이 '속속' 등장했다.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은 보통 2년인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난 세입자가 재계약을 요구하면 집주인이 계약을 한 차례(2년) 더 의무적으로 연장해줘야 하는 제도다.

일부 집주인들이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 미래 상승분을 최대한 미리 반영해 보증금을 올리기 원하면서 고가의 장기전세 매물이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입주가 진행 중인 강동구 고덕동의 신축 대단지 고덕그라시움에서 전세기간 4년 이상을 조건으로 내건 장기전세 매물이 드물게 등장하고 있다. 해당 매물들은 계약기간 동안 보증금이 인상되지 않지만 현재 평균 시세 기준으론 주변 매물들보다 최대 1.5배까지 보증금이 비싸다. 장기간 같은 금액으로 계약하는 만큼 미래 상승분을 반영해 집주인이 가격을 미리 올려받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온 전용면적 59㎡ 고덕그라시움 전세 매물은 집주인이 장기계약(직거래)을 조건으로 6년 계약 시 전세보증금 5억6000만원, 8년 계약 시 6억원을 각각 제시했다. 이는 주변 2년 계약 기준 동일 면적 전세 매물 평균가(약 4억~4억5000만원)의 최대 1.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계약기간이 최대 10년까지 가능한 조건으로 보증금 7억원짜리 동일 면적(59㎡) 매물도 나와 있다. 계약기간 4년짜리 매물은 비교적 흔한 편으로 평균 시세보다 5000만~1억원 비싼 보증금 4억5000만~5억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총 4932가구에 달하는 고덕그라시움은 입주초기 워낙 전세 물량이 많아 전세 시세가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이에 대부분 집주인들이 우선 2년 계약을 맺은 뒤 2년 후에 보증금을 시세에 맞춰 올려 받길 바라는데 먼저 가격을 올려 장기계약을 제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실제로 전세가가 저렴한 급매물(2년 만기)이 많은 만큼 고가 장기전세 매물이 실제로 거래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문 상황이다.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당장은 물량이 많아 전세가가 싸지만 입지가 좋은 신축인 만큼 수년 후에는 59㎡ 기준으로 전세가가 6억원을 돌파할 것"이라며 "현재 시세대로 싼값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가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 제도가 도입되면 최소 4년간 세입자를 내보낼 수 없기 때문에 일부 집주인들이 미리 장기계약을 체결해 놓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가의 장기전세 매물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계약갱신청구권 제도와 함께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전·월세 상한제'의 영향도 크다. 전·월세 상한제는 계약 연장 시 일정 인상률 이상으로 전·월세를 올려 받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2년 전세기간이 만료돼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을 때 갱신 계약의 전셋값 인상률을 최대 5% 이하로 못 박는 식이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양 제도가 함께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계약갱신청구권 제도가 있는 독일은 임대료를 3년 동안 20% 이상 올릴 수 없도록 했고, 영국과 프랑스는 경제 지표와 연계한 상한선을 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가격 상한선에 관해 정부 차원의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입법 과정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셋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시장가격에 무리하게 개입하면서 되레 전셋값이 단기 급등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연구위원은 "실제로 1989년 정부가 전세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집주인들이 2년 치 전세금을 한 번에 올려버려 전셋값이 20% 이상 폭등했다"며 "이번 2+2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로 도입이 확정되면 전셋값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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